Click Me

멍한 정신 속 들려오는 건 시계침 돌아가는 소리뿐이다. 카게야마는 힘겹게 눈을 떴다. 흘렀다 마른 땀은 기분 나쁘게 축축했고 공복인 몸은 묘하게 무거웠다. 카게야마는 느릿하게 일어났다. 어두컴컴한 방은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지금 몇시지..' 휴대폰화면의 빛 때문에 잠시 눈을 찌푸리며 카게야마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주말이 지나려면 반나절은...

"엘빈. 오늘은 거짓말을 해도 되는 날인 것, 아나?" "아아 요새 유행하는 기념일 말인가?" 엘빈은 눈으론 서류를 좇으며 입을 열었다. 미케는 팔짱을 끼고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미케가 이런류의 이야길 꺼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엘빈은 사뭇 흥미로운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미케는 밖에 뭐가 있는지 계속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저물어가는...

평생 갈 수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세터 자리에서 내려왔을 때도, 같은 코트 안에 서 있을 수는 있으니까- 만족했다. 하지만... 이젠 정말 끝이구나. 세미 에이타는 3학년으로써 처음 등교하며 그런 생각을 했다. 교실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건 새빨간 머리카락이었다. 텐도는 과장된 몸짓으로 다가와 세미를 와락 껴안았다. "세미세미~좋...

느닷없는 비 소식에 솜브라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며칠 전부터 꽃놀이꽃놀이 노래를 부르던 그녀였다. "솜브라..꼭 이런 날에 꽃놀이를 해야 되는 거냐?" "어휴 대장 지금 아니면 안된다니까?" 아멜리까지 말없이 동행하고 있었기에 가브리엘은 어쩔 수 없이 솜브라의 뒤를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봄비에 이미 바닥엔 벚꽃잎이 수두룩했다. 거기다 하늘은 우중충하지 ...

아름답다. 아이자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올마이트의 팬이 아니었다. 그림자 속에서 활동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환한 태양 밑에서 웃는 올마이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적의 표적이 되고, 평상시에도 시민들 때문에 귀찮다. 참 힘든 길을 스스로 찾아간다고 생각했다. "컥..크흑-" 바닥을 채우는 피를 처음 봤을 때. 몸 전체를 뒤덮는 흉터를 확인했을 때. 아이자...

"어! 사탕이다!" 사물함을 여는 백호가 쩌렁쩌렁 소리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목소리에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뭔데 뭔데?" "사, 사탕이다!!" "백호가 사탕을 받았어!" "음하핫! 봤냐 이게 강백호님이시다~" 사물함엔 막대사탕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오늘은 사탕을 주고받는 날이었으니 특별한 것 없는 일이었지만 그게 백호라면 달랐다. ...